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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육과 학대의 갈림길] ‘사랑의 매’란 가면 뒤에… 고통받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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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사

국민일보

등록일

2018-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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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일

2018-05-08

2014년 7살이었던 준우(가명)는 바빴다. 그해 초등학교에 입학했지만 엄마 없이 아버지하고 살았기에 밥과 반찬은 직접 만들어 먹어야 했다. 경증 치매를 앓고 있는 친할머니를 돌보는 일도 준우 몫이었다. 아버지는 준우가 학교를 마치고 10분 안에 귀가하지 않으면 혼을 냈다. 아버지 방만 뺀 집 구석구석을 쓸고 닦는 것도 준우가 해야 할 일이었다.

준우가 맡은 일을 제대로 못하면 아버지는 매를 들었다. 거짓말을 하거나 예의 없이 군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해 여름 준우가 담임에게 대들어 전화가 오자 아버지는 집에 있는 플라스틱 막대기로 허벅지를 3번 때렸다. 같은 해 겨울에는 할머니를 제대로 돌보지 않는다고 또 허벅지에 회초리를 댔다. 이듬해 여름 준우는 개집에 올라가 수십분 동안 물이 든 그릇을 들고 무릎을 꿇고 있어야 했다. 아버지한테 거짓말을 했다는 이유였다.

아동학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아버지는 학대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때린 행위는 인정하지만 “훈육 목적이었을 뿐 신체적 학대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항변했다.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판사는 “훈육 목적이었어도 체벌에 포함된 폭력성과 강압성이 사회적으로 허용되는 범위를 넘었다고 봐야 한다”며 지난 2월 아버지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아동학대 재범 예방강의를 120시간 수강하라는 명령도 함께 내렸다.

준우 아버지의 항변은 한국사회에서 통용되는 훈육의 기준을 다시 고민하게 만든다. 말을 안 듣거나 선생님께 대들었다는 이유로 벌을 받고 회초리를 맞는 건 그동안 대한민국 어느 가정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였다. 준우 아버지가 법정에서 아이의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때렸으니 죄가 되지 않는다는 논리를 펴며 훈육 목적을 주장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민일보가 7일 아동학대 판결문 85건을 집중 분석한 결과 피고인들은 대부분 아이를 훈육하려다 학대를 저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나타났다. 173가지 학대 이유(중복 집계) 중 가장 많은 비중(53번·30.63%)을 차지한 건 아이의 잘못된 행동과 예의범절 문제였다. 아이가 장난감을 던지거나 대답을 제대로 안 해서, 양치를 안 하거나 시끄럽게 뛰어다닌다며 훈육을 하다가 학대 재판을 받게 됐다는 게 피고인들의 주장이었다.

(이하중략)

 

[출처: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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